2025. 11. 26. 18:49ㆍIssue

※ 이 글은 고(故) 이순재 선생이 생전에 남긴 여러 방송·지면 인터뷰와 어록을 바탕으로, 마치 다시 한 번 그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는다는 마음으로 재구성한 ‘인터뷰형 에세이’입니다.
2025년 11월 25일, 91세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난 배우 이순재.
그의 연기 인생은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 데뷔부터 2020년대까지, 무려 7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90을 넘긴 나이에도 “연기에 완성은 없다. 죽을 때까지 도전해야 한다”고 말하던 그는, 스스로를 ‘완성된 거장’이 아니라 “아직도 배우는 중인 학생”에 가깝게 여겼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순재 선생의 말과 발자취를 통해, 우리가 삶과 일에서 붙잡을 수 있는 인생 90년의 공부 철학을 정리해 봅니다.
1. “연기는 끝이 없다” – 70년을 버틴 한 사람의 자기 소개
- 출생 : 1934년 함경북도 회령
- 데뷔 :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
- 활동 : 사극·현대극·시트콤·예능을 넘나든 ‘국민배우’, ‘영원한 현역’
- 수상 : 2024년 KBS 연기대상에서 90세의 나이로 생애 첫 연기대상 수상
그는 한 인터뷰에서 “평생 연기를 했는데도, 아직도 모자라고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습니다.
노년의 배우가 아니라, 언제나 ‘다음 작품이 더 어려운 사람’이었죠.
“연기는 항상 새롭게 도전하는 거지,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그에게 나이는 그저 경력의 숫자였을 뿐, 공부를 멈출 이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2. “예술은 영원한 미완성이다” – 평생 학생으로 산다는 것
이순재는 여러 시상식과 인터뷰에서 비슷한 말을 반복했습니다.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이다. 그래서 나는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그가 말한 ‘미완성’은 포기나 체념이 아니라,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으니, 오늘도 한 발 더 가보자”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 인기를 얻어도, 상을 받아도 스스로를 ‘완성형’으로 규정하지 않기
- 작품이 끝나면 “이제 됐다”가 아니라 “다음에는 더 잘해보자”로 시작
- 나이가 들어도 시트콤·예능·저예산 영화·고전 연극 등 새 장르에 계속 도전
그래서 그는 80대 후반에도 셰익스피어 〈리어왕〉의 방대한 대사를 외우며, 200분 가까운 공연을 맨발로 소화했습니다.
“아직도 배우는 중입니다”라는 말은 결국 “난 아직도 미완성이라 행복하다”는 선언이었을지 모릅니다.
3. “좀 손해 본 듯 살자” – 사람 이순재의 삶의 태도
연기 철학만큼 자주 회자되는 것이, 그의 인생철학입니다. 그가 남긴 말 중 하나는 바로 이것입니다.
“좀 손해 본 듯 살자.”
‘손해 본다’는 건 바보처럼 살겠다는 뜻이 아니라,
- 공평함을 끝까지 계산하지 않기
- 양보할 수 있을 때는 먼저 내어주기
- 손해를 보더라도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기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그는 계획이 틀어져도 불평하지 않고,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 인생이 재밌는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한 나이 들었다고 대우를 기대하며 주저앉는 태도를 경계했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고, 앞으로 계속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그의 철학은 “조금 손해 보더라도, 긍정과 책임을 선택하자”에 가까웠습니다.
4. “오래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야” – 후배들에게 남긴 직업 윤리
이순재는 평생 후배들에게 엄격한 선배이자 멘토였습니다.
그가 후배들에게 남긴 조언은 배우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직장인·청년에게도 통하는 말들입니다.
1) “너무 빨리 뜨려고 하지 마라”
- “배우라면 ‘밥 먹고 뭐 하니’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
- “너무 빨리 뜨려고 하지 마라.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길게 버티는 힘이었습니다.
2) 모델 스타 vs 액팅 스타
그는 스타를 두 종류로 나누며, 광고와 인기만 좇는 ‘모델 스타’보다 연기로 승부하는 ‘액팅 스타’가 되라고 조언했습니다.
- 예쁘고 유명한 것보다, 작품보다 더 잘하는 배우가 되라는 메시지
- 발성·발음·호흡 같은 기본기,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 습관을 가장 중시
3) “한 역할에 머물지 마라”
- 사극의 선비·대감
-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
- 괴짜 한의사(〈거침없이 하이킥〉)
- 예능 〈꽃보다 할배〉의 여행자
이처럼 전혀 다른 캐릭터들을 오가며, 스스로를 한 틀에 가두지 않는 삶을 보여줬습니다.
5. 90세 현역, 마지막까지 대본을 놓지 않은 이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순재는 건강이 악화된 뒤에도 끝까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은 배우였습니다.
- 80대 후반에도 연극 〈리어왕〉, 〈앙리 할아버지와 나〉 등 무대에 서며 “대사를 외울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고 말함
- 개인적 슬픔 속에서도,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대에 오른 사례로 회자
그가 후배들에게 남긴 말은 단호합니다.
“배우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현장을 지켜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현장’은, 회사·연구실·가게·교실 등 각자가 서 있는 자기 자리 전체로 확장해 볼 수 있습니다.
- 힘들어도 책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버티는 태도
- 변명보다 “내가 더 준비했어야 했다”는 자기 반성
- 몸이 힘들어도, 마음과 정신만큼은 현역으로 남고자 하는 의지
그의 마지막 1년은 “육체는 약해져도, 태도만큼은 끝까지 현역이겠다”는 선언처럼 보입니다.
6. 인생 90년이 우리에게 남긴 세 가지 질문

고 이순재의 인터뷰와 어록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볼 만한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1) 나는 지금도 ‘배우는 중’인가?
- 나이를 이유로, 경력을 이유로 멈춰 서 있는 건 아닌지
- 익숙한 일만 반복하며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 작은 것 하나라도 새롭게 도전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는지
2) 조금 손해 보더라도, 지키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 계산적으로 이익만 따지다 스스로 부끄러운 선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 동료·가족·고객을 대할 때 “조금 손해 봐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3)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오래 버틸 준비가 되어 있는가?
-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금방 실망해 버리진 않는지
- “오래 버티는 놈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을 내 일과 인생에 어떻게 적용할지
- 하루하루를 “오늘도 현역으로 산 하루”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했는지
7. 마무리: “다음 생에도 배우이고 싶다”

여러 기사들은, 그가 생전에 “다시 태어나도 배우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합니다. 평생을 한 길로 걸어온 사람이 끝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그 길 위에서 얼마나 많이 배우고, 버티고,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이순재는 텔레비전 속 ‘대발이 아버지’이고, 90세에도 무대를 지킨 ‘영원한 현역’이며, 무엇보다 “아직도 배우는 중”이라고 말해준 선배 인간입니다.
오늘 하루, 내 일터와 삶에서 작은 한 문장만 기억해도 좋겠습니다.
“연기든 인생이든, 완성은 없다. 그래서 오늘도 한 번 더 배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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